구리시, 간부공무원 등 공직자 남·여 400명 카이저병원 내부 방역활동 펼쳐

지난 20일 메르스 확진 환자 발생으로 비상이 걸렸던 구리시(시장 박영순)가 이번에는 확진자가 첫 번째로 거쳐간 카이저병원에 간부공무원을 포함 400여명의 남·여 공직자를 대거 긴급 투입하는 초강수를 뒀다.

29일 구리시보건소(소장: 최애경)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메르스 퇴치 매뉴얼의 지침에 따라 카이저병원에 대한 특수멸균소독을 위한 전 단계 조치로 질병관리본부에서 파견된 방역전문가의 지휘하에 의료용품을 포함한 환자물품 이동과 바닥 락스 청소 작업을 실시한 것이다.

앞서 구리시 메르스 비상대책상황본부에서 열린 유관기관 회의에서 보건소 관계자는“카이저 병원에 대한 특수멸균소독을 위한 전 단계 작업을 위해 전문 민간업체에 의뢰하였으나 대부분이 감염을 우려하며 이를 사양하는 분위기여서 부득이 시청과 동 주민센터 공무원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이에따라 먼저 방역당국은 27일 오전 9시부터 밤늦은 10시까지 구리시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보호복 착용, 병원 환경 소독 방법까지 상세히 안전 수칙에 따른 매뉴얼 교육을 실시하고, 현장에서 끝까지 남아 소독을 지원키로 하는 등 강행군을 감수해야 했다.

반면 구리시 공직자들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의 마지막 보루라는 사명감으로 메르스 퇴치 매뉴얼의 지침에 따라 직접 바이러스균이 잔존 할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예상되는 카이저 병원에 직접 들어가기로 했다. 이를 두고 한때 일부 공직자 사이에서는 농담조로“이것은 구리시 사수작전’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정도로 긴장감이 나돌았다.

계획대로 주말인 오전 11시부터 카이저건물 앞으로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한 구리시 공직자들은 어느덧 270여명으로 불어났고, 오후에는 70여명이 추가로 합류하며 이날에만 구리시청 공직자 절반 인원에 해당하는 340여명이 동참했다. 앞서 전날인 26일 오후에 투입된 60여명을 포함하면 이번 카이저병원 메르스 방역활동에 참여한 공직자는 모두 400여명이 훨씬 넘는다.

이들은 현장에서의 작업 지시사항에 따라 감염예방의 안전 조치인 공인된 방역복 레벨D보호복을 착용한 후 잠시 뒤 누구랄 것도 없이 카이저병원 건물내 방역활동을 위해 일제히 내부로 진입했다.

이윽고 탄식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일부 여성공직자는 물론 남성들 사이에서도 말로만 듣던 폐쇄공포증이 엄습한 것이다. 이들중에는 간부공무원인 듯한 흰머리 모습의 공직자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중앙정부·지자체·전문민간기관, 군사작전 방불케 하는 합동작전 진두지휘

이날 방역활동에는 고위공직자일수록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공감대에 따라 이성인 부시장이 선두에 섰으며, 실·국장, 과장 등 간부 공무원은 물론 선출직인 도의원, 시의원들도 이 대열에 보조를 함께 했다.

특히 이들중 내부에 진입한 그룹에는 질병관리본부에 파견한 방역전문가와 총리실산하 메르스 즉각대응팀 감염관리 전문가인 대한의료관련감염학회 유소연 부회장, 한수하 기획이사, 선문대 차경숙 교수, 한양대학교 감염관리실 장윤숙 교수 등이 참여하여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지휘체계로 안전을 도모했다.

이렇게 카이저병원 건물에는 구리시가 생긴 이래 유례없이 경험하지 못한 메르스라는 무서운 바이러스 퇴치에 중앙정부와 지자체, 민간기관이 머리를 맞대어 합동작전이 펼쳐진 그야말로 계급장 없는 눈물겨운 사투의 현장이 되었다.

이미 내부로 들어간 공직자들이 작업 뒤 나올 때는 양손에 무거운 폐기물 짐이 들려있고 쓰레기차에 옮겨나고서야 비로서 공포의 레벨D보호복을 벗는데, 드러난 얼굴은 붉게 물들인 땀범벅으로 뒤 덮였고 밖에 대기하고 있던 동료들과 시의원들도 안타까운 듯 감염예방 스프레이를 일제히 뿌려준다.

또 어디에서 왔는지 한 여성 공무원은 두 손에 생수를 가득히 가져오며 내부에서 나오는 공직자들에게 한병씩 나누어 주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때로는 선의의 경쟁자였지만 이날만은 둘도 없는 동료였던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힘겨운 시간을 보낸 27일 밤 7시경에 드디어 감염방역기초 작업이 종료됐으며, 곧 바로 질병관리본부 지휘로 민간전문업체가 투입되어 드디어 특수멸균소독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박영순 시장, ‘눈물겹다’ 대한민국 공직사회 ‘거룩한 투혼’ 기록 될 것

이같은 장면을 놓칠 리 없는 공중파 방송국인 KBS, MBC. TV조선 기자들은 질병관리본부에서 제공한 레벨D보호복을 입고 내부에 진입하며 열띤 취재경쟁을 벌인 것도 메르스를 막기위한 구리시 공무원이 펼치는 힘겨운 싸움의 현주소를 말해주었다.

이토록‘필사의 사투’시간이 지나고 난후 곧바로 특수멸균소독이 완료 되면서 72시간 이후인 7월 1일 오전 11시를 시점으로 카이저병원 건물입주 상인들이 날벼락으로 잠시나마 잃었던 생계의 수단인 영업을 할 수 있는 정상화 과정을 밟게 됐다.

이날 카이저병원에 투입된 구리시 총무과 장철호 주무관은“들어가기 전에는 설마했지만 막상 들어가보니 수분만에 온몸이 땀으로 뒤범벅되고 다리도 후들후들해서 순간적으로 힘이 쭉 빠지는 느낌이 들었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기에 끝까지 버틸 수가 있었다”며“이렇게라도 해서 메르스에 대한 시민불안이 다소나마 해소된다면 구리시에서 메르스가 완전 박멸 될 그날까지 결코 물러서지 않을 각오가 생기더라”고 말했다.

박영순 구리시장은“이번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한 공직자들의 눈물겨운 필사의 사투에 대해 이것은 대한민국 공직사회에 길이 남을 거룩한 사투로 기록 될 것”이라며“태극기도시‘구리호’를 항해하는 선장으로서 눈물겹도록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특히 박 시장은“일부에서 무모하게 공무원을 강제 동원하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민간전문업체 조차 감염을 우려하고 손사래 치는 상황에서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골든타임 앞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며“숨쉬기조차 힘겨운 레벨D보호복을 착용하면서까지 사투를 벌이면서도 대열에서 단 한명도 이탈하지 않은 것은 그저 놀랍고, 이를 두고 언론에서는 이번 메르스 퇴치의‘진정한 영웅’은 우리 구리시 공직자들이다”라며, 그들의 희생정신을 높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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