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소방서 평내119안전센터 소방사 김동리

2014년. 대한민국이 한창 세월호 사건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을 때 나는 소방이라는 조직에 처음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그 시기에 임용된 나는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인간이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놓였을 때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어느 곳이든 요구조자를 향해 나아가는 멋진 소방대원들. 그 중에 한사람이고 싶었다.

그러나 처음의 나는 내 기대보다 부족했다. 나의 첫 출동은 약 6.6㎥의 작은 컨테이너 화재였다. 야간에 발생한 화재로 주위 연소 확대 우려도 없는 작은 불이었다. 하지만 처음 접하는 화재현장에, 소방학교에서 배운 많은 것들이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 사이 선배가 진압에 완료하고 나의 첫 출동은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이내 자괴감에 빠져 많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선배 한분께서 조언을 해주셨는데 나는 그 말을 잊을 수가 없다.‘처음이라는 것은 항상 긴장이 되기 마련이야, 그것을 극복하는 것도, 지배하는 것도 네가 되어야만 해. 앞으로 구해야 될 수많은 사람이 있으니까 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이 말은 앞으로 나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귀중한 말이 되었다.

이후 9주간 응급구조사 교육을 수료한 나는 구급차 운전요원으로 재편성 되었다. 환자와 접촉부터 병원으로 이송하는 모든 과정들이 나에게는 또 다른 어려움으로 다가왔다. 뒷좌석에 있는 구급대원과 환자 모두를 안전하게 이송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지만, 현장 처치 때는 보조자의 역할도 수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구급대원으로 2개월 쯤 지났을 때 잊을 수 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현장이었다. 현장은 생각했던 것보다 처참했다. 2명의 사망자와 4명의 중상자가 발생했다.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정신없이 움직이다 보니 그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그때는 알 수 없었다. 병원에 도착해서 한숨 돌리다보니 사건 현장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고 스스로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그 사건이 잊혀지기 전 어느 날 화장실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신고가 접수되어 출동에 임했다. 현장에 도착해 확인해보니 응급 출산 현장이였다.

침착하게 분만을 유도하고 병원에 도착하여 세상에 첫발을 내딛은 아기를 바라봤다. 출생 후 처음으로 본 사람이 나라는 것이 큰 성취감으로 다가왔다.

소방관들은 저마다의 사명감을 갖고 생활한다. 타인에게 희망을 준다는 생각이 우리를 움직이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조직의 발전은 물론 나를 위해 제 몫을 다하는 소방대원이 되고 싶다. 절망의 순간에서 희망의 빛을 주는 소방대원들.

이제 시작인 나는 그 중에 한 사람이 되기 위해 오늘도 사이렌을 울리며 출동에 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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